'연어급' 잠수정, 중어뢰 장착할 수 있나?
천안함 조사발표 의문점.."130톤급 잠수정은 중어뢰 못 실어"
2010년 05월 20일 (목) 21:26:32 정명진 기자 mjjung@tongilnews.com
민.군합동조사단은 20일 천안함 조사 발표에서 '연어급 잠수정'이 서해안으로 침투해 천안함에 중(重)어뢰를 발사했다고 결론 내렸다. 하지만 군사 전문가들은 '상어급(300톤급)'보다 작은 '연어급(130톤급)' 잠수정이 중어뢰를 장착하기 어렵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합조단은 이날 천안함 침몰 2-3일 전에 모함인 상어급 잠수함과 연어급 잠수정이 북한 해군기지를 이탈했다가 침몰 2-3일 이후에 기지로 복귀했다고 설명했다.

황원동 합조단 정보본부장은 "사용된 어뢰 종류, 수심 등 관련 자료를 분석한 결과 연어급 잠수정 1척이 본 도발에 운영됐을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북한 '연어급 잠수정'은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재원이다. 이날 합조단은 북한군이 연어급을 포함한 소형 잠수정 10여척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어급 잠수정 재원에 대해 황 본부장은 "대부분 상어급 잠수함과 유사하다"며 "수출형으로 건조됐고 최근에 건조해 야시 장비를 포함한 고성능 장비를 구비하고 은밀성을 높이기 위해 선체를 특별하게 건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 소형 연어급 잠수함이 중어뢰를 싣기 힘들다는 점이다. 이날 합조단이 천안함에 사용된 어뢰와 크기와 형태 등 설계도면이 일치했다고 밝힌 북한산 CHT-02D 어뢰는 직경 21인치, 무게 1.7톤으로 폭발장약이 250kg에 달하는 중어뢰다.

한 안보 전문가는 "300톤 이하 잠수정은 경(輕)어뢰 2개 정도를 실을 수 있지만 중어뢰는 못싣는다"며 "1,800톤급은 되어야 폭발장약 250kg 중어뢰를 장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형 잠수정은 250kg 규모의 폭발장약의 발사 반동은 견디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어 "잠수정은 정보탐지용으로 적에게 노출될 때 자위수단으로 경어뢰를 사용한다"며 "중어뢰는 자위, 공격 겸용지지만 잠수정에 쓰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합조단이 천안함 침몰 폭발력과 서해 해저 지형 등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연어급 잠수정'이라는 새 재원을 만들어냈다 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군사 전문가 김종대 D&D FOCUS 편집장은 "그동안 알지 못했던 새로운 잠수함이 나왔다"면서 "상어급은 너무 커서 연안에 못 들어오고, 잠수정은 중어뢰를 장착하지 못하니까 연어급 잠수함이라는 것으로 짜 맞춰낸 것일 수 있다"고 짚었다.

종합해보면, 시뮬레이션 결과 천안함 침몰에 200-300kg 규모의 폭발이 있었다는 점에서 먼저 무기를 '중어뢰'로 규정해 놓고, 수심이 얕은 서해안에서 운용할 수 있으면서도 중어뢰를 실을 수 있는 새로운 '연어급 잠수함'을 만들어 냈다는 지적이다.

한편, 미국 CBS뉴스가 19일(현지시간) "미국, 영국, 호주 조사단을 모두 조사결과에 지지를 표했으나, 오직 스웨덴 조사단은 북한을 배후로 지목하는 것을 주저했다"고 보도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날 윤덕용 민.군합동조사단장(민간)도 이날 조사발표를 마친 뒤 '스웨덴 측은 북한 공격이라는 데 동의하지 않았나'라는 질문에 "(스웨덴 측은) 상선을 주로 (조사) 하던 곳이라 그런 것 같다"고 사실상 시인했다.

하지만 박정이 민.군합동조사단장(군)은 이날 조사발표에서 "참석한 외국조사단 모두가 완전하게 일치를 보았고 또 거기에 대해서 견해를 일치하는 것을 여러분들께 말씀드리겠다"고 공식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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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조사발표, 해명과 남은 의문점
'손으로 쓴 1번', '잠수정 침투경로', '공개된 설계도면'?
2010년 05월 20일 (목) 14:30:07 정명진 기자 mjjung@tongilnews.com

민.군 합동조사단이 20일 "천안함은 북한제 어뢰에 의한 외부 수중 폭발의 결과로 침몰됐다"고 결론 내렸다.

이날 합조단의 조사발표는 천안함이 어뢰 폭발에 의한 것이라는 점을 집중 부각됐지만, 어뢰와 북한의 연관성을 증명하는 데는 여전히 의문점이 남아 있다는 평가다.

어뢰 잔해물, 소개 팜플릿에 나와 있는 '설계도면'?

   
▲ 천안함 침몰원인을 조사해온 민.군 합동조사단이 20일 오전 10시 국방부 대회의실에서 조사결과를 공식 발표하는 가운데 백령도 사고지역 근해에서 쌍끌이 어선이 수거한 결정적 증거물인 어뢰 추진체와 관련해 윤덕용 공동조사단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사진-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합조단은 이날 '결정적 증거물(스모킹 건)'로 지난 15일 쌍끌이 어선이 함미 부근에서 인양한 '어뢰 잔해물'을 제시했다. 이 어뢰 잔해물은 어뢰의 추진 동력부인 프로펠러를 포함한 추진모터와 조종 장치로 이뤄져 있다.

이를 두고 합조단은 "(어뢰 수거물이) 북한이 해외로 수출할 목적으로 배포한 어뢰 소개 자료의 설계도에 명시된 크기와 형태가 일치"한다고 주장했다.

제시된 북한 어뢰 설계도는 북한산 무기소개책자에 제시되어 있는 CHT-02D 어뢰의 설계도면이라고 합조단은 전했다. 하지만 통상 군사 기밀상 소개 책자에 이같이 무기의 자세한 설계도면을 싣지 않는 것이 상식이라는 지적이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황원동 합조단 정보본부장은 "어뢰 CHT-02D 팜플릿은 출처 보호 및 기타 보안 사항 때문에 입수 경위를 설명할 수 없다"면서 "팜플릿에 어뢰의 제원, 특성, 설계 도면까지 포함되어 있다"고 해명했다.

일각에서는 이 어뢰 잔해물이 천안함 공격에 사용된 것이 아니라 조류가 빠른 서해안 특성상 북측에서 흘러 내려왔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합조단은 어뢰 잔해에 흡착되어 있는 성분을 분석한 결과 천안함 함수, 함미, 연돌에 흡착되어 있는 물질과 동일하다며 이같은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이 흡착물은 '비결정체 알루미늄 산화물'로, 어뢰의 버블제트 효과를 위해 사용된 알루미늄 분말이 폭발로 인해 산화.냉각된 흔적이라는 것이 합조단의 설명이다.

손으로 쓴 '1번' 한글 표기.. 폭발 후에도 남았다?

   
▲ 백령도 사고지역 근해에서 쌍끌이 어선이 수거한 결정적 증거물인 어뢰 추진체 한 부분에 매직으로 '1번' 이라고 씌여져 있다.[사진-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또 다른 스모킹 건으로 제시된 '1번'이라는 한글표기에 대한 논란의 여지는 더욱 커 보인다.

수거된 어뢰잔해물의 추진부 뒷부분 안쪽에는 파란색 사인펜을 사용해 손으로 쓴 것으로 보이는 '1번'이라는 표기가 뚜렷이 남아 있다.

합조단은 이미 확보하고 있는 북한산 어뢰에 '4번'이라고 쓰인 표기방법과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이 번호는 어뢰 부품의 조립이나 정비를 용이하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합조단이 확보하고 있는 북한산 어뢰는 연습용으로 폭파되지 않았기 때문에 '4번'이라는 글씨가 남아 있을 수 있지만, 수중에서 고온.고압으로 폭파된 어뢰 잔해물에 각인된 것도 아닌 사인펜으로 쓴 글자가 남아 있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합조단 조사발표에 앞서 '1번' 한글표기가 발견됐다는 보도가 나올 때까지만 해도 기자들과 전문가들은 한글표기가 어뢰 철판에 각인되어 있을 것으로 판단했으나 사인펜으로 쓴 표기가 공개되자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윤종성 합조단 과학수사분과장 "잉크에 대한 분석은 장기간 걸리지만 확인은 가능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즉, 아직 잉크에 대한 분석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북한 잠수정의 침투경로 .. 국방부 말 바꾸기?

천안함에 접근해 어뢰를 쐈다는 북한 잠수정의 침투 경로에 대해서 합조단은 명확한 해명을 내놓지 못했다.

이날 합조단은 연어급 잠수함정 1척이 서해 공해상 외곽으로 우회 침투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이 근거로 서해 북한 해군기지에서 운영되던 소형 잠수함정(연어급)과 이를 지원하는 모선(상어급)이 천안함 공격 2-3일 전에 기지를 이탈했다가 천안함 공격 2-3일 후에 복귀한 점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같은 설명은 당초 국방부의 입장과 상충되는 것이다. 한 달 전 북한 잠수함 침투설이 보도되자 김태영 국방부 장관은 4월 14일 국방위에 출석해 "북한 잠수함 2척 정도가 관측되지 않은 것만 가지고 그 배들이 내려왔다고 입증할 만한 것은 없다"라고 밝힌 바 있다.

'국방부 정보분석 결과가 달라진 추가 정황이 있나'라는 질문에 손기화 정보분석분과장은 "북한군 잠수함정 두 척이 기지를 이탈했고 그것을 식별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라면서도 "이 사건으로 인해 특별히 정보 판단이 달라질 것은 없다"고 시인했다.

즉 북한 잠수정의 침투경로는 단순 추정일 뿐이다. 국방부가 천안함 원인의 주체로 북한을 지목하면서 침투경로도 이에 끼어 맞췄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침투경로 뿐만 아니라 도주경로를 묻는 질문에 대해 황원동 합조단 정보본부장은 "도주 경로는 도발한 이후 신속히 현장을 이탈해 침투한 경로로 되돌아간 것으로 보인다"라는 답변 밖에 하지 못했다.

그는 "수중 잠항이 시작되면 현재 어느 나라의 기술로도 분명하게 추적하는 것은 제한적인 것이 현실"이라며 "이번 사태 시에 기지를 이탈하는 것을 식별했지만 우리 해역까지 침투해 도발할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다"라며 잠수함에 대한 부족한 정보수집 능력을 시인했다.

어뢰 폭발 각종 증거 제시... 물기둥은 설득력 부족

이날 합조단은 많은 근거를 제시해 천안함 침몰 원인으로 '어뢰 폭발'로 결론지었지만 설득력이 부족한 부분도 눈에 띈다.

합조단이 어뢰 폭발의 근거로 제시한 점은 함체의 변형된 모습, 선저 부분 수압 및 버블 흔적, 열 흔적이 없는 전선의 절단, 초병의 물기둥 목격 진술, 사체검안 결과 등이다.

이 중 함체 변형이나 선저 버블 흔적은 비결정체 알루미늄 산화물 흔적과 함께 어뢰 폭발 가능성에 무게를 주고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어뢰 수중 폭발 시 발생하는 물기둥에 대한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생존자 중 충격으로 쓰러진 좌현 견시병의 얼굴에 물이 튀었다는 진술과, 탈출 당시 물웅덩이에 발이 빠졌다는 진술은 100미터 높이로 치솟는 물기둥 대한 근거로 미약해 보인다.

특히 백령도 해안 초병이 2-3초 간 높이 약 100미터 백색 섬광 기둥을 관측했다는 진술 내용도 여러 번 번복된 바 있어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합조단의 이날 조사결과 발표에 근거해 대북 제재조치 등을 내놓을 예정이지만 조사결과에 대한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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