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北제재, 교류협력 전면 위축 우려
'제재조치' 최일선에 나선 통일부.. "공포분위기 조성"
2010년 05월 17일 (월) 18:48:17 정명진.조정훈.고성진 기자 mjjung@tongilnews.com

통일부가 대북제재 조치에 앞서 사전 정지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주 통일부는 남북경협업체들에게 신규계약 자제와 원부자재 대북 반출 보류 방침을 통지했으며, 각 정부 부처에 공문을 보내 대북사업을 잠정 보류할 것을 요청했다.

정부는 실질적인 대북제제 조치는 천안함 조사결과가 발표되는 20일 이후 취할 계획이다. 지난 4월 북한의 금강산 관광 지구 내 남측 부동산 몰수.동결 조치에 대한 통일부의 대북조치가 천안함 사건에 대한 제제 조치와 맞물려 돌아가고 있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이날 "실질적인 조치는 20일 근방에서 갈(취할) 것"이라며 "천안함 사건 발표 때 한꺼번에 정리되지 않겠나. 금강산 부동산 동결 관련 대응책도 6월 전에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 일련의 통일부의 행정적 조치로 대북 제재가 이미 시작됐다는 평가다. 통일부가 업체들에게 경협에 대한 방침을 통지한 지난 11일 이후 위탁가공업체의 원부자재 물자 반출은 단 한 건도 이뤄지지 않았다.

통일부가 대북제제 조치에 따른 남측 업체들의 피해에 대한 책임을 피하기 위해, 사전에 민간업체가 스스로 사업을 포기하도록 종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대북경협업체 관계자는 "통일부로부터 신규 계약을 하지 말아달라는 직접 전화를 받았는데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강조하면서 하던 일을 빨리 마무리 하라고 했다"며 "자기들이 막겠다는 말은 안 해도 공포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번 정부의 대북제재 조치가 당국의 대북사업 뿐만 아니라 민간 경협 사업 및 대북사업까지 포함하고 있어 남북교류협력의 전면적인 축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특히, 이번 정부의 제재조치가 북한의 반발을 불러 개성공단에 대한 제한 및 폐쇄조치까지 번질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이 경우 남북관계 자체가 전면적으로 차단될 위험이 크다.

개성공단 입주 업체 관계자들은 최근 남북관계에 개성공단이 연루되는 것을 우려하면서 언론 접촉 자체도 피하고 있다. 다만 정부가 개성공단에 대한 해결책을 내놓기 보다 정치적인 입장에 따라 다루고 있다고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대북인도적 지원단체들은 '취약계층에 대한 대북 인도적 사업을 유지한다'는 정부의 입장에 대해 일단 지켜보겠다는 분위기지만 인도적 지원 사업 위축에 대한 우려는 마찬가지다.

한 인도지원단체 관계자는 "현 장관이 인도적 지원은 변함없을 것이라고 하는데 그렇게 될 지 지켜봐야 겠다"라면서 "지금 관심사는 천안함 공식 발표 이후에도 대북제재 조치를 할 때 인도적 지원 물자반출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 하는 점"이라고 말했다.

박현석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 사무총장은 "민간이 북한을 도와주는 것을 중단하는 것은 파국으로 몰아가자는 것"이라며 "마지막 보루인 민간단체의 인도적 지원까지 막으면 국민들도 크게 (반발하는) 이야기가 나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통일부가 대북제제의 최일선에 나서고 있는 것에 대한 비판도 제기 되고 있다. 이후 남북관계 개선 국면이 열릴 경우 대북 협상의 주무부처인 통일부의 입지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대북제재를 하더라도 예전의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차원에서 진행해야 한다"며 "통일부 명의로 대북제재를 할 경우 차후 남북관계에 복귀할 때 명분이 없어진다"고 지적했다.

양 교수는 "최후에 움직여야 하는 통일부가 앞서 가고 있다"며 "교류협력의 최일선을 담당하는 부처가 교류협력을 제한하는 것은 통일부이기를 포기하는 것이다. 안보 강화를 통해 평화를 만들겠다는 발상은 냉전.대결시대의 통일부로 회귀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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