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북한이 어서 망하기를 바라는 사람이 많아서 그런지, 오버하는 기사들이 참 많다.
북한이 어제(11.30) 단행한 것으로 알려진 화폐개혁을 바라보는 보수언론들의 시각이 그러하다.

이번 화폐개혁은 100:1 비율, 즉 1,000원 짜리 구화폐를 10원 짜리 신화폐로 교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화폐가치를 100배로 올린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화폐 교환 상환액을 10만원으로 한정했다는 말이 나돌면서
보수언론들은 탈북단체의 말이나, 북한 국경을 오가는 내부소식통을 인용해
10만원 이상 가지고 있는 북한 상인들의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고, 곳곳에서 통곡소리까지 나오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북한 주민들은 김일성 주석 사망 이후 가장 큰 충격에 빠져있다는 보도도 있다.
이들의 보도를 보고 있으면 북한에서 금방이라도 폭동이 일어날 것만 같다.

하지만 이번 북한의 화폐개혁의 속사정을 파악하고 나면 이번 화폐개혁이 그들이 말하는 '급변사태'가 아님을 쉽게 알 수 있다.

실제로 화폐개혁은 지난 2002년 7.1경제개선조치 이후부터 계속 해서 떠돌던 말이다.
당시 북한의 공식 물가에 비해 실제로 북한 주민들이 접하는 시장물가가 너무 높아서,
북한은 이러한 생필품 가격을 실정에 맞게 현실화하고, 임금도 그에 맞게 올리는 조치, 즉 7.1조치를 취했다. 

이때 북한의 공식 화폐가치는 폭락하고 만다.
7.1조치 전 북한의 공식 환율은 1달러당 2원이었다.
7.1조치를 취하면서 북한은 공식 환율을 1달러당 150원으로 인상한다. 북한 원화가치가 75배 절하된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인 물가를 반영하기 위해서는 어쩔수 없는 조치였다.

7.1 조치는 북한의 시장개방 조치의 일환으로 해석됐지만, 이 조치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화폐가치를 높이는
'화폐개혁'이 필요했다. 그래서 2002년 당시에도 화폐개혁 설이 나돌고 있다.

한 대북 전문가는 전화통화에서 "진작 했어야 할 일"이라고 평가했다.
당시 화폐가치가 75배 절하되고, 그때 부터 계속해서 물가가 올라 시장에서는 1달러당 3,000원까지 거래되고 있는 상황이라 화폐가치는 거기에서 20배나 더 절하된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화폐가치를 100배 절상하는, 즉 100:1 비율의 화폐개혁은 필수불가결한 조치인 것이다.

이같은 정상적인 경제조치를 두고
북한 당국의 갑작스런 조치니 뭐니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화폐교환 10-15만원 상한액도 그렇다.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이는 화폐 유동성 확보와 부의 재분배 측면에서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일단 이번 회폐개혁으로 그동안 공식 경제통로에 나오지 않았던
북한 주민들의 '장롱화폐'를 양지로 끄집어 내는데 1차적인 목표가 있다.

또 상한액을 정한 것은 그동안 7.1경제개혁조치로 인해
일부 특정세력들이 부를 축적해왔다. 북한판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이러한 부를 거둬들이는 것은 사회주의인 북한에서는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닐까.

이를 두고 보수 언론들은 주민들의 코묻은 돈까지 당국이 빼앗아가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북한 주민들의 한달 평균 급여가 3,000원으로 알려져 있다.
10-15만원이라면 북한주민들이 33개월에서 50개월동안 일해서 안쓰고 모을 수 있는 돈이다.
우리 사회로 치면 연봉 3,000만원을 받는 사람이 3-4년을 안쓰고 모으는 돈이다.
누가 이런 큰 돈을 현찰로 가지고 있겠는가.

제발 좀 북한을 있는 그대로 보자.
맨날 북한이 망하기를 바라다 보니까,
오늘 같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피격됐다는 루머에
증시가 꼬라박고 하는 것 아니겠나.

2009.12.1
정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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