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이라도 반성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역시나 였다.

어제 글에서 밝혔듯이, 이번 임진강 참사의 1차적인 책임은 북한이라는 사실이 틀림없다. 

그렇다고 해서 제대로 보고하지 않는 국방부와 시스템의 허점을 정비하지 않는 수자원 공사,
위기대응을 총괄하지 못한 청와대, 이들의 책임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해야할 정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해 우리 국민의 아까운 목숨을 지키지 못했다는 책임말이다.

우리 내부의 건전한 비판이 조금씩 나오면서 정부가 이 문제에 성숙한 자세로 대처하길 기대했다.

하지만 어제부터 정부 고위 관료라는 사람들로부터 나오는 말들이 심상치 않다.


- 김성환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북한의 수공 가능성까지 포함해서 “북한의 고의성 등 여러 가지 가능성에 대해 분석 중"이라면서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놓고 있다"고 말했다.

- 정부의 고위관계자는 "이번 황강댐 수문 개방에 군부가 어떤 식으로든 개입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 그리고 오늘,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북한이 의도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내부비판을 피하기 위해 외부의 책임을 부각시키는 전형적인 방법이다.
특히 '외부'는 많은 사람들이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북한'아닌가.
상식적이지 않은 분석도 '북한'이라는 말과 결합되면 사회적으로 통용된다.
마녀사냥이다. 마녀사냥은 모든 사람들이 그 대상을 '마녀'라고 생각하고 있을 때 더 강력해진다.

'마녀'라는 색안경을 벗고 상식적으로 바라보자.

- 9월 5-6일 밤과 새벽 사이 북한이 황강댐에서 초당 1400톤에 달하는 물을 사전통보 없이 방류했다.
남측 야영객들이 6명이 미처 피하지 못해 사망했다.

- 이보다 열흘 전인 8월 27일에도 북한은 황강댐에서 초당 7400톤에 달하는 물을 두시간 동안 사전통보 없이 방류했다. 이때는 방류시간이 2시간 밖에 되지 않아 피해는 크지 않았지만, 남측의 군남댐 건설현장이 물에 잠겼다.

- 8월 26일, 27일 북한의 황강댐이 위치한 황해북토 토산군에 346mm의 폭우가 내렸다.


종합해 보면 이렇다. 8월 26일, 27일 폭우로 인해 27일 북한이 2시간 동안 황강댐의 물을 방류했다. 북이 사전통보를 하지 않은 것은 이에 대한 남북간 합의가 없기 때문이다. 북한이 통지문에서 밝혔듯이 '언제(댐) 수위가 높아져' 9월 5-6일 밤에도 열흘 전과 같이 관례상 사전통보하지 않고 물을 방류했다.

사고 발생 다음날 남측이 해명을 요구하는 통지문을 보내자 6시간만에 답신을 보내 '추후 사전통보'를 약속한 것도 이런 정황을 뒷받침하고 있다. 인명피해가 발생하자 북한도 당황해서 이례적으로 빨리 답신을 보내 남측의 요구를 수용한 것이다.


->출처 : 통일부 국회 현안보고 자료.


남측 정부는 8월 26일-27일 집중호우와 9월 5-6일 방류는 시간상 차이가 나기 때문에 집중호우로 인한 방류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여기에도 한가지 가능성이 더 있다.

8월 말 북한 황강댐 이북에 있는 이천.신계 등 인근 지역에도 200mm 이상 비가 내린 바 있다. 이 비가 황강댐까지 도착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특히, 황강댐 위에는 임진강 상류에 위치한 '4월5일 댐' 3호, 4호등 2개의 댐이 있는데, 이 댐들은 수문이 없이 물이 차면 자연스럽게 넘쳐흐르는 방식이다.

따라서 이천, 신계 지역이나 기타 등지에 내린 비들이 임진강으로 몰려 들어, '4월5일 댐' 3호와 4호의 물을 채우고 넘쳐서 황강댐까지 다다르는 데 열흘 정도의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이런 분석도 하나의 가능성에 불과하다. 하지만 몰아가지는 말자는 것이다.
특히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기 하겠다는 불순한 의도가 담겼을 때, 이런 여론몰이는 일단 의심하고 봐야 한다.

2009/09/08 - [한반도 일기] - 임진강 참사, 북한 뒤에 숨은 국방부와 수자원 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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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까운 일이다. 

북한이 임진강 상류 지역의 댐에서 긴급방류하면서 강 아래에 야영을 하던 우리 국민들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했다.

고인들의 명복을 빈다.

이번 사건의 1차적인 책임은 북한에 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래서인지 북한도 당황한 듯 사고 발생 하루도 안되서 간단한 사고경위와 함께 남측이 요구한 사전 통보 요청을 받아들였다. 북한의 시스템을 고려했을때 이같은 신속한 조치는 이례적이다.

어제 북한이 발송한 통지문에 사과가 없다며, 정부가 사과를 요구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당연한 일이다. 북한도 응당 사과를 하는 것이 옳은 일이다.

하지만 남한 사회에서는 당연하지 않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1차적인 책임이 북한에게 있다면, 2차적인 책임은 국방부와 수자원공사에 있다.
하지만 국방부와 수자원공사는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북한 뒤에 숨어 있다.

사건 개요를 잠시 살펴 보면,

5일 밤부터 6일 새벽까지 임진강 북측 지역의 댐으로 부터 4,000톤 가량의 물이 사전예고 없이 방류됐다.
6일 새벽 2시 30분, 임진강 유역 인근에 있는 군 초소에서 초병이 수위가 갑자기 불어나는 것을 확인하고 상부에 보고, 합참까지 올라간다.

하지만, 합참은 이 사실을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하지 않았다. 결국 야영객들은 지자체로부터 대피조치를 받지 못한채 참사를 당했다. 

또한, 합참까지 보고된 사실이 임진강 하류에 훈련중이던 전차부대까지 전달되지도 못했다. 이런 과정속에서 전차 1대가 물에 잠겼다. 그런데 이걸 두고 북한의 '수공'이란다.

6일 같은 시간 수자원 공사에서 관리하던 임진강 유역의 자동경보시스템이 고장 났다.
이같은 사실에도 불구하고 국방부와 수자원공사는 여론이 북한을 때리고 있는 상황만 지켜보고 있는 듯 하다.

언론도 마찬가지지만, 기자들 사이에는 국방부와 수자원공사를 벼르고 있는 분위기다.

국방부에서는 책임자 문책론이 나오고 있고
수자원공사에 대해서는 경찰조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당일 임진강 유역의 당직자가 사무실이 아니라 자기 집에 있었다는 말도 흘러 나오고 있다.

국방부와 수자원 공사는 북한을 '공공의 적'으로 몰고 가면서 뒤에서 숨어 있는 치사한 짓은 하지 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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