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야! 대안마저 구속된 '미네르바'에 맡길래?
<책소개> 새사연 신서 '신자유주의 이후의 한국경제'
 
 

인터넷 경제논객 '미네르바' 구속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민들은 '경제대통령'으로 추앙받던 이가 '30대 무직'이라는 점에 놀랐고, 경제위기를 정확하게 예측한 그가 '허위사실유포죄'로 구속됐다는 사실에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천문학자 갈릴레이가 종교재판을 받고 나서 '그래도 지구는 돈다'고 했던가. 그렇듯이 이명박 정부가 한 비판적 경제논객의 입을 틀어막았지만 '그래도 경제위기는 퍼지고 있다'.

전대미문의 경제위기 속에서 국민들은 '있는 그대로'를 알고 싶어 했다. 그러나 보수세력을 비롯한 이명박 정부는 근거 없는 낙관론만 쏟아냈고, 진보세력은 구체적인 사실을 국민들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자 하는 노력도, 능력도 없었다.

그 자리를 '미네르바'와 같은 인터넷 논객이 대신했다. '있는 그대로'를 알기 쉽게 설명해주는 것만으로도 국민들은 열광했다. 그리고 '미네르바'는 진보세력을 대신해서 정부의 '희생양'이 됐다.

신자유주의를 넘어서 새로운 대안을 찾고자 설립한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새사연)'의 고민도 이 지점에 맞닿아 있다. 새사연의 4번째 책 '『신자유주의 이후의 한국경제』출판사, 시대의 창. 380쪽. 15,000원'는 "대안마저 미네르바에게 요구할 것인가"라고 진보진영에게 도발적으로 묻는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이제는 사실관계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것을 넘어 앞으로 무엇을 해야 우리 경제가 살아날지를 고민해야 한다. 현재의 경제 시스템 틀 안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더 이상 불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라는 경제 시스템 자체가 변화를 겪는 상황은 시스템 자체를 바꾸는 방향으로 해법을 구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부터는 더 이상 미네르바의 몫이 아니다."

'신자유주의 이후의 한국경제'라는 제목의 이 책이 '신자유주의 대안'이라는 커다란 비전을 내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재 금융위기에 대한 긴급처방에 가깝다.

그렇다고 '신자유주의 이후'가 그리 먼 미래의 이야기도 아니다. 현재 금융위기로 촉발된 경제위기가 '신자유주의의 파산선고'라는 지적에 이의를 달 수 있는 이는 별로 없다. 이런 면에서 '신자유주의'에 대한 대안 마련은 우리 사회가 지금 당장 착수해야 할 작업이다.

이 책은 먼저 미국발 금융위기와 이것이 한국의 금융시스템과 사회전반에 미친 영향에 대해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예전 '도표'와 '통계'에 대한 분석에 그치기보다 독자가 이해하기 쉬운 비유와 함께 종합적으로 설명한다.

특히, 정부가 금융기관과 대기업의 경제위기에만 정신이 팔려 있을 때, 이 책은 금융위기의 파괴력이 중소기업과 자영업, 그리고 고용문제까지 영향을 미치는 과정에 집중하고 있다.

'새사연'은 2008년을 거치면서 이미 자영업 부분과 중소기업은 97년 IMF보다 극심한 불황에 처해있다고 진단한다. 특히, 전체 고용의 80% 이상 담당하고 있는 중소기업과 농촌 이탈자와 실직자들의 마지막 보루인 자영업의 몰락은 고용 등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따라서 이번 경제위기의 해결책도 대기업에 맞춘 '수출'보다 '내수'에 있다는 것이 '새사연'의 주장이다.
 
"고용을 늘리고 생산성을 향상시킴으로서 '일해서 번 소득'으로 소비를 하고 내수를 진작시키는 경제가 가장 안정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원칙에서 출발해야 한다."

이같은 원칙이 이 책의 골간을 이루고 있다. 첨단 금융기법을 동원한 신용창출과 부채에 의한 가수요는 거품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은 이미 미국의 금융위기에서 생생하게 증명됐다.

세계가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을 철회하고 있는 가운데 이명박 정부는 '나홀로' ‘규제완화-감세-민영화-한미FTA’를 4대 축으로 하는 신자유주의 정책을 강행하고 있다는 점도 비판하고 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3년 전에만 발생했어도 한미FTA, 자본시장통합법, 금융허브 정책 등은 전면 재고되었을지도 모른다. 반면 3년 후에 발생했다면 한국경제는 거의 재앙에 가까운 충격에 휩싸였을 것으로 예상해 본다. "

이명박 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이 전면적으로 펼쳐졌을 3년 후가 아니라 그전에 이같은 경제위기가 닥치면서 지금과 같은 반성의 계기가 주어졌다는 것은 한국사회 뿐만 아니라 진보진영에게도 다행스런 일이다.

'새사연'은 이번 '경제위기'를 "진정한 의미의 내수기반 경제로 전환하기 위한 구조 변화의 위기"라고 보고 있다. 이 책은 마지막 글에서 이렇게 적고 있다.

"경제 시스템의 구조적 전환은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미 상당한 정도로 한국경제에 이식된 신자유주의도 저절로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마지막에 남는 문제는 결국 누가 해결할 것인가 하는 주체의 문제다... 누가 퇴조해가는 신자유주의를 역사의 관 속에 묻고 새로운 사회를 열어갈 것인가. 새로운 모색의 시간이 지체되는 만큼 민중의 고통도 길어질 것이다."
 

☞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은?

한국사회의 대안 정책 수립을 목표로 2006년 2월 설립한 민간 싱크탱크다. 원장 손석춘. 창립 2년 만에 2008년 초 대기업과 국책 연구소들의 전유물이던 한해 전망 보고서를 새로운 시각으로 발표해 주목을 받았으며, 2008년 12월 <한경비지니스>가 선정한 ‘대한민국 100대 싱크탱크’ 가운데 15위(정치사회 분야)에 오르기도 했다. 또한 이 책의 주집필자인 김병권 연구센터장은 한국의 루비니(서브프라임 위기를 예측한 경제학교수) 중 한 명으로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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