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브람 노엄 촘스키(Avram Noam Chomsky). 그가 또, 변화의 길목에 선 미국의 치부를 까발리고 나섰다.

이번에는 그동안 제기해 왔던 '미국문제'에 대한 총정리다. 그의 저서, 발언 등을 되짚어 가며 미국이라는 '불량국가(촘스키의 저서)'가 전 세계를 상대로 저질러 놓은 문제를 하나씩 곱씹어 나간다.

올해 1월 번역돼 한국에 소개된 『촘스키, 변화의 길목에서 미국을 말하다(영문제목 ‘What we say goes’, 장영준 역, 시대의 창 펴냄, 316쪽, 14,500원)』는 촘스키가 2006년에서 2007년까지 인터뷰어 데이비드 바사미언과 나눈 대화를 엮은 책이다.

2-3년 전에 그의 분석이지만, 부시 정부에서 오바마 정부로 변화하고 있는 현재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경제위기를 비롯해 최근 벌어진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 이라크 미군철수 등 중동문제 등을 이해할 수 있는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특히, 놀라운 것은 이 책에서 촘스키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세계 금융 위기, 미국 자동차 산업의 붕괴 등 현재 일어나고 있는 커다란 이슈를 정확히 예측했다는 것이다.

"많은 개인 재산이 주택 소유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러한 경제 기반은 매우 취약합니다. 주식시작의 거품이 붕괴하는 것을 막아준 주택시장 역시 거품에 불과하다고 간주할 만한 강력한 증거가 있습니다. 주택시장이 붕괴되면 그 결과는 엄청나게 심각할 것입니다.(2007년 1월 29일 인터뷰 중)"

촘스키는 이 책에서 올해로 81세라는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전 세계에서 미국이 개입한 국제분쟁 지역을 오가며 다양한 정보와 깊은 식견을 제공한다.

미국의 방해로 빈번히 평화협상이 무산되고 있는 '중동',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인해 경제붕괴라는 최악의 사태에 직면했던 '라틴아메리카', 끔찍한 폭격과 학살이 자행됐던 '인도차이나반도', 에너지 생산지로서 미국의 새로운 전략지로 전락하고 있는 아프리카까지.

그는 이스라엘의 불법 공격행위는 이스라엘을 중동에서 미국의 가장 믿을 만한 동맹으로 선택하고 지원한 미국이 초래한 결과라고 지적한다. 이는 미국이 개입한 여타 분쟁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촘스키는 미국이 동맹국을 만들기 위해 또는 그 나라의 자원을 지배하기 위해 분쟁을 조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여러 가지 국제적 사건을 통해 증명하고, 이런 내용이 미디어를 통해 어떻게 왜곡 되는지 설명하고 있다.

핵문제도 그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다. 그는 "미국은 어떤 나라보다도 NPT(핵확산금지조약)를 훨씬 더 자주 위반해"왔으며, "미국은 NPT의 존립 근거를 뒤흔들어놓고 말았다"고 꼬집는다.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은 모두 NPT를 비준하지 않았지만 미국의 묵인 또는 공식적인 조약 아래 핵무기를 개발했다.

북핵문제와 관련, 2005년 9.19공동성명 이후의 미국의 대응에 대해서도 다음과 같이 지적하고 있다.

"합의안이 만들어 지고 나서 며칠 후에 미국은 은행들로 하여금 북한의 자금을 동결시켜서 북한을 고립시켰다... 북한에 대한 이러한 적대적 행위들은 결국 합의안을 약화시키고 북한으로 하여금 적대적인 반응을 보이게 만들어 위기를 증폭시켰다. 이제 북한은 미국이 망친 2005년 9월 수준으로 다신 후퇴했다... 이런 합의안이 실현되었다면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실험도 없었을 것이고, 지금처럼 핵전쟁의 위험을 안고 있는 북한과 미국 사이의 충돌 위기도 없었을 것이다.(2007년 3월 1일 인터뷰 중)"

"미국에서는 불가능한 새로운 민주주의"

촘스키가 미국 사회 내부에서 지적하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는 '민주주의의 위기'다. 정치 자금을 동원할 수 있는 현직의원이 그대로 눌러앉고 극소수의 의석만 교체되는 미국의 의회를 두고 그는 "이것이 민주주의인가"라고 되묻는다. 또 민주당 후보시절 오바마의 유세방법에 대해서도 "정치적 이슈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없고 그의 이미지에 관한 것 뿐"이라고 지적한다.

미국의 권력자뿐만 아니라 국민들에게도 충고하고 있다. 권력에 너무나 쉽게 복종하고 부화뇌동하는 미국 국민들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그는 "불복종이야말로 제 기능을 하는 민주주의를 새로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역설한다.

이 책에서 최근 촘스키가 최근 볼리비아, 베네수엘라 등 남미에서 진행되고 있는 새로운 변화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는 이런 남미국가의 변화에 대해 "미국에서는 불가능한 새로운 민주주의"라며 부러워하는 기색도 엿보인다.

그렇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 그는 ‘위험한 권력’이라는 책에서 “우리가 해야 할 주요 임무는 바로 미국 대중을 교육하는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 생각에는 변함없다. 이 책도 민주주의를 위한 미국 국민들에 대한 교육의 일환일지도 모른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한국 사회도 ‘민주주의의 위기’라는 말이 번번이 나오고 있다. 이 책을 옮긴 역자의 말처럼 우리 사회에도 정부의 부정을 고발하고 이를 교육할 수 있는 또 다른 촘스키가 필요할 지도 모른다.

그래도 우리 사회에는 정권의 치부를 파헤치고 스스로 교육하고 배워나가는 인터넷 누리꾼이 있기 때문에 미국보다는 나은 사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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