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북.미대화 물꼬 터...'9월 본격 대화설' 실현될 듯
2009년 08월 05일 (수) 13:34:56 정명진 기자 mjjung@tongilnews.com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석방된 두 여기자를 데리고 5일 평양을 떠났다.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은 오바마 정부 출범 이후 경색된 한반도 정세를 푸는 상징적 사건이라는 총평이다.

이번 방북에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5개월째 억류 중이었던 두 여기자를 특별사면했다. 이로써 북.미는 '억류된 여기자'라는 걸림돌을 해소하면서 양국간 관계를 개선하는 주춧돌을 놓았다.

이번 클린턴 전 대통령은 방북 목적으로 표면상 두 여기자 석방 문제를 내세웠지만 실제로 핵문제를 비롯한 북.미간 전반적인 현안을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 매체는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을 신속하게 전하면서 "두 나라 사이의 관계개선 방도와 관련한 버락 오바마 미합중국 대통령의 구두 메시지 전달", "공동 관심사로 되는 문제에 대하여 폭넓은 의견교환", "조(북)미 사의의 현안문제들에 대한 대화의 방법으로 문제를 풀어나갈 데 대한 견해일치" 등을 보도했다.

이어 "클린턴 일행의 우리나라 방문은 조선과 미국 사이의 이해를 깊이하고 신뢰를 조성하는데 기여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도 숨기지 않았다.

이에 대해 미국이 '구두메시지'를 부인하고 이번 클린턴 방북을 "두 미국인을 석방하기 위한 오로지 개인적인 활동(로버트 깁스 미 백악관 대변인)"이라고 규정하고 있지만, 이는 국내 보수 여론을 의식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북한의 의도대로 끌려가는 이미지를 주지 않기 위한 미국 내 보수여론을 의식한 궁여지책"이라면서 "클린턴의 방북을 개인차원으로 해야 이후 정부차원의 활동이 유의미하게 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결국면 마감... 본격적인 대화국면 물꼬 터

이번 클린턴 방북이 그동안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 2차 핵실험을 비롯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유엔제재 등 대결국면을 마감하고 본격적인 대화국면으로 접어드는 변곡점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전문가들은 1994년 제네바 합의, 2000년 북.미공동커뮤니케를 이끌어 낸 클린턴 전 대통령이 갖는 상징성에 주목하고 있다. 그의 방북 자체가 미국 정부의 대화 제스처라는 것이다.

미국 정부가 그의 방문을 '개인차원'이라고 규정하고 있지만 오바마 대통령의 결단 없이 전직 대통령의 방북이 성사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북한도 평양을 찾은 클린턴 전 대통령을 국빈급으로 예우했다. 1박 2일이라는 비교적 짧은 방북 기간 동안 김정일 국방위원장 접견과 김영남 상임위원장 예방, 주요 인사와의 만찬이 이뤄졌다.

백화원 영빈관에서 열린 만찬에는 김정일 위원장을 비롯해 최태복 최고인민회의 의장, 김기남 노동당 비서, 강석주 제1부상과 김계관 부상, 김양건 통일전선부장, 우동측 국방위원회 위원 등 대외정책을 담당하는 주요인물이 대거 배석했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이번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에 대해 "미국과 북한이 대결국면에서 본격적인 대화협상을 통한 문제해결 국면으로 돌아서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결국 역사적 관점에서 지난 8년 동안 부시 정부와 오바마 정부 초기 몇 개월 동안 혼란을 극복해 내면서 클린턴 정부 말기 북.미공동커뮤니케 수준으로 맥을 이어가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용현 교수도 "북미간 직접 대화, 당국간 대화의 물꼬를 텄다"라고 총평하며 "현재 핵문제를 둘러싼 한반도 긴장 및 남북관계 긴장 해소에도 단초가 마련됐다"고 봤다.

DJ발 '9월께 북.미간 본격 대화설' 실현되나?

전문가들은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으로 조성된 분위기를 타고 8월말에서 9월초께 북.미가 본격적으로 당국간 대화가 시작될 것으로 점치고 있다.

미국이 클린턴 방북 결과를 바탕으로 분위기를 조성하는 차원에서 미국의 대북 인도적 지원이나 사회.문화 교류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북한의 여기자 석방에 대한 대가 측면도 있다.

일단 오는 17일부터 27일로 예정돼 있는 한.미 합동군사훈련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기간이 지난 다음 북.미 당국간 대화가 시작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익명을 요구한 대북전문가는 "8월말 9월초에 북.미 당국간 회담이 시작되면 보스워스 특사 정도의 방북이 이뤄질 수 있다"면서 "6자회담은 결국 부시 2기 말기처럼 북.미 양자회담이 이뤄지고 이를 토대로 6자회담에서 추인하는 구도로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같은 흐름은 올 봄부터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제기한 '9월께 북.미간 본격 대화설'과 맥을 같이 한다. DJ측근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지난 5월 방한한 클린턴 전 대통령에게 방북을 권유한 바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문제는 남북관계다. 이번 클린턴 방북에 앞서 한.미간 의제 조율을 통해 한국측의 제안이 전달됐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명박 정부가 8.15 기념사를 통해 남북관계 국면전환을 시도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김용현 교수는 "북.미관계 가닥이 잡히면 억류된 유씨 문제, 연안호 문제 등 남북관계 현안에 대해 우리식 포괄적 패키지 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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