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후발업체 (주)나인JIT 이희건 대표
2009년 07월 20일 (월) 17:32:08 정명진 기자 mjjung@tongilnews.com

   
▲지난 16일 (주)나인JIT 이희건 대표를 만나 개성공단 기업주의 심정을 자세히 들었다.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저희가 개성공단 입주할 즈음에 굉장히 경쟁률이 높았습니다. 공인평가기관을 통해서 들어갔기 때문에 대부분 우량기업들이었습니다. 당시 입주가 결정된 다음에 주변에서 '로또에 당첨됐다'는 말까지 들었어요. 그런데 우량기업이다, 로또에 당첨됐다는 평가를 받았던 기업이 지금 자칫하면 불량기업이 되어서 부도나서 돌아오지 않을까 고민입니다."

의류업체인 (주)나인JIT는 지난해 7월 개성공단에 입주한 대표적인 후발업체다. 이희건(55) 대표는 '황금알을 낳는다'는 개성공단에 입주하면서 사업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겠다는 꿈에 부풀어 있었지만, 상황은 1년 만에 180도 달라져 버렸다.

개성공단 본단지에 1,600평 3층 공장을 짓고 지난해 500명의 북측 근로자를 공급받았다. 후발업체라 근로자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애초에 신청한 920명에 못 미쳤지만, 배치된 근로자들을 열심히 교육을 시켰다.

"현재 인원가지고도 그네들(북측 근로자) 기술 습득력이 굉장히 빨라서 금년 초부터는 뭔가 수익을 올려서 흑자로 돌아갈 자신이 충분히 있었습니다. 그런데 12.1 조치 이후에 바이어들이 이탈하면서 어려움에 처하기 시작했습니다."

요즘 그는 "피를 말리는 심정"이다. 상청으로부터 주문량이 급격하게 줄어들어 현재 공장 가동률은 50-70%에 불과하다. (주)나인JIT처럼 개성공단에서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방식으로 생산하는 납품업체들은 대부분 비슷한 처지에 있다.

지난해 개성공단에 대한 출입.체류를 제한한 북한의 '12.1'조치부터 바이어(주문자)들이 하나 둘 떨어져 나갔다. 1/4분기까지는 주문을 미리 확보해 두었지만, 2/4분기부터 주문량이 급격히 감소하기 시작했다. 9월 이후에는 주문이 하나도 없다.

"브랜드 지명도가 있는 회사로부터의 주문은 완전히 중단됐다고 보면 됩니다. 2/4분기에는 주문이 거의 없어요. 일단 공장을 가동하기 위해서 가격이 싸든, 양이 적든 일단 물량을 밀어 넣으면 돌아가다가 끊어지면 중단되고 이런 상황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그는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경우 "3개월에서 6개월 이상은 못 버틸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매월 약 1억씩 손해를 보면서 누적 손실이 눈덩이처럼 들러붙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남북간 개성공단 관련 회담은 헛바퀴만 돌고 있다.

이 대표는 '리트로글리세린'이라는 약을 꺼내 보여줬다. 심장에 이상이 있을 때 먹는 비상약이라고 한다. 이 대표는 이 약을 항상 주머니에 넣고 다닌다. 지난 5월 '개성공단 위기'라는 말이 세간에 한창 떠돌 때 그는 협심증으로 심장시술을 받았다. 비단 그 뿐만 아니다. 개성공단에 입주한 대부분의 기업주들은 최근 스트레스로 인한 지병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고 이 대표는 전했다.

"담배를 안 펴야 하는데, 담배를 끊을 수가 없어요. 심장질환에 담배가 최악이라는데도 불구하고 끊을 수 없는 것이 개성공단에 입주한 기업주들의 현실이에요."

"개성공단 유지.발전 말로만 하는 의지, 큰 결과 없다"

   
▲그는 주머니에 심장 관련 비상약을 넣고 다닌다.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이 대표는 북측의 '12.1조치'가 가장 타격이 컸다고 말했다. 하지만 개성공단에 대한 어정쩡한 남측 정부의 태도 또한 바이어들의 이탈을 부추기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남측 정부는 개성공단을 유지.발전시키겠다고 누누이 말을 하고 있지만 이런 상황까지 온 책임은 남측 정부에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실성 있고 신뢰할 수 있는 의지가 나와야 하는데, 말로만 하는 의지는 큰 결과가 없어요."

그는 남측 정부가 북측과 약속한 근로자 합숙소, 탁아소 및 출퇴근 도로 건설만 제대로 이행했어도 이같은 극단적인 상황이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특히 이 문제는 북측에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져 남측 기업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성공단에서는 일을 오전 8시에 시작합니다. (북측 근로자들이) 8시까지 출근하기 위해서는 새벽 3-4시에 집에서 출발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그 만큼 도로사정이 열악하다는 겁니다. 그렇게 힘들게 다닌 사람들이 와서 졸고 하니까 생산성이 나오겠습니까?"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미운 법'이다. 특히 개성공단을 유지하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라면서도 정부 당국자들이 '개성공단 폐쇄 가능성'을 이야기할 때마다 가슴이 철렁한다. 부분을 전체인 양 개성공단의 위기를 부풀리는 언론에게도 불만이 크다.

"지인들이 가끔씩 전화하면 개성공단이 이미 문들 닫은 줄 알아요. 그 정도로 언론 매체가 중요한데, 언론들이 앞서가는 추측성 보도는 자제했으면 좋겠어요. 당국자분들께서도 한번쯤 걸러서 발표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있어요. 신중하게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당국자나 정치인들의 말 한마디에 주문이나 경영에 영향을 많이 받나'라는 기자의 질문에 이 대표는 "그 영향은 MB께서 말씀하시는 것이 최고다"라면서 씁쓸한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는 개성공단 내부의 "분위기는 좋다"고 전했다. 북측 총국 담당자를 만나면 "자기네들 정부에서도 개성공단은 유지.발전 시켜나간다는 것에 대해 초지일관 변함이 없다"고 말한다고 한다.

6월 중순 10명의 북측 근로자들이 새로 공급됐는데, 이 중 8명이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이었다. 이 대표는 "지난해 62년생까지 우리 회사에 들어왔는데, 최근에는 젊은 층을 보낼 만큼 의지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정부가 개성공단에 대한 확실한 의지를 표명할 수 있는 조치로 긴급운영자금을 지원하고 북측이 이미 의사를 밝힌 바 있듯이 통행제한만 해제하면 바이어들이 돌아올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는 "국내 내수뿐만 아니라 해외까지 진출하는 꿈 때문에 아직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뷰가 끝날 무렵 그는 '심장질환에 최악'이라는 담배를 다시 꺼내물었다. 그제야 진솔한 심정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2003-4년에도 이런 고통을 겪은 적이 있다. 그 때는 내가 결단해서 정리해 버렸다. 그런데 지금은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그 무기력함이 너무 원통하다. 내가 정부 믿고 들어가서 왜 삐라에 흔들려야 하고 통행제한에 흔들려야 하나. 억울하다"

"우리가 김구 선생님처럼 죽을 각오로 38선을 넘은 것은 아니다. 기업으로서 이윤 추구를 위한 간 것이다. 중국보다 돈을 더 남길 것 같아서 간 것이다. 그런데 이 꼴이 뭐냐."

* 7월 20일 통일뉴스에 실었던 제 기사입니다.
인터뷰 전문은 => http://www.tongil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85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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