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회>'시장세력 확대 불안' VS '계획경제에 대한 자신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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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개혁 소식이 알려진 초기에는 정부 당국자를 비롯한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북한 사회 내부 혼란에 집중하면서 '실패'에 무게를 두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북한이 화폐개혁을 통해 의도한 효과를 거둘 수도 있다는 목소리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민주노동당 부설 '새세상연구소(소장 최규엽)'가 주최한 '북한의 화폐개혁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주제의 토론회가 열렸다. 부제는 '경제정상화의 신호탄인가, 경제혼란의 신호탄인가'로 달렸다. 부제처럼 이날 토론회에는 이번 화폐개혁이 경제 및 사회 혼란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부터 계획경제 정상화의 계기가 될 수 있다 있다는 분석까지 다양하게 제기됐다. 토론자들의 전망은 '화폐개혁의 배경과 의도 중 어디에 무게를 둘 것인가', '북한 당국이 상품 공급을 충족시킬 준비가 되어 있느냐'에 대한 관점에 따라서 성공과 실패로 갈라졌다. 화폐개혁 배경과 경제적 목적은?
이번 북한의 화폐개혁이 1990년 중반 '고난의 행군' 이후 시장이 무분별하게 확장되면서 폭등한 물가를 낮추고 시장 축소를 통한 계획경제 정상화를 위해 단행했으며, 시장 내에서만 유통되는 자금을 국가가 흡수하면서 확보된 재정력을 2012년 경제강국 건설에 투입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은 전문가들 사이에 거의 일치하는 견해다. 홍 교수는 북한의 화폐개혁 목적과 의도에 대해 경제적인 측면으로 좁혀 △화폐유통의 공고화 △유휴화폐의 효율적 활용 △원에 의한 통제 강화 등으로 정리했다. 그는 "북한의 화폐개혁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화폐 유통의 공고화, 즉 화폐유통체계의 정상화 및 국가통제 강화"라면서 "시장으로 화폐가 몰리는 것을 방지하면서 화폐 계획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북한 사회에서 공공 유통망을 통해 조달되는 상품이 90%이고 시장으로 배분되는 상품이 10%라고 가정했을 때, 시장에서 유통되는 화폐도 전체 화폐량의 10%가 되는 것이 사회주의 경제체제상 정상이다. 하지만 시장가격이 공식부분의 가격보다 월등히 높아(쌀 1kg을 기준으로 공식부분은 50원, 시장은 2,000원, 추정치) 시장으로 화폐가 쏠리게 된다는 것이다. 홍 교수는 이를 두고 "현실의 상품관계가 화폐관계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유휴화폐의 효율적 활용'은 주민들이 장롱 속에만 보관하는 화폐나 기업소에서 축적한 자금을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유휴화폐 자금을 최대한 동원해서 다른 나라의 원조나 차관에 의거하지 않고 자체의 힘으로 국가재정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에 의한 통제 강화'는 "기업들이 은행에 돈을 빌려서 갚는 과정을 통해 자금상황이나 경영활동을 감시할 수 있는 것"이라며 "북한은 인민경제 전반에 대한 원에 의한 통제 강화를 사회주의은행의 본질적 특징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에 대한 두려움?' '계획경제 정상화의 자신감?' 이날 토론자로 나선 전문가들은 이같은 북한의 화폐개혁 배경과 목적에 대해 동의하면서도 '시장의 폐해'와 '계획경제 정상화' 두 가지 중 어디에 무게중심을 두느냐에 따라 의견이 달라졌다. 조봉현 기업은행 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화폐개혁 자체가 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한 필요보다는 오히려 북한 사회 밑에서부터 일어나는 시장의 부작용을 도저히 국가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한 두려움이 작용하지 않았나"라고 봤다. 즉, 시장 확대에 '떠밀려', '어쩔 수 없이' 극단조치인 화폐개혁을 단행했다고 보는 견해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도 "임시방편적인 것", "시간을 벌기 위한 것"이라고 봤다. 그는 "경제적인 친위 쿠데타"라는 표현을 써가면서 화폐개혁을 후계문제와 연결 짓기도 했다. 그는 "북한의 화폐개혁은 밑으로부터의 변화를 위에서 추수하여 억제하는 형태로 나타난 것"이라며 "향후 위로부터 주도적인 (개혁.개방으로) 정책변화를 추진하지 않을 경우 위기심화와 체제불안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반면, 박경순 새세상연구소 부소장은 "화폐개혁은 경제 정상화에 대한 북한 당국의 자신감의 표출이며 이러한 점에서 볼 때 화폐개혁은 실패확률보다 성공확률이 더 높다"고 봤다. 그는 "1959년 화폐개혁처럼 강성대국 건설의 기치아래 제2의 천리마 운동을 펼치고 그 결과 여러 부문에서 생산의 정상화가 실현되었다고 보고 이러한 자신감 아래에서 화폐개혁을 단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발제를 한 홍익표 교수도 이번 화폐개혁의 배경을 '계획경제 정상화'에 무게를 두면서 "단기적으로 긍정적 효과가 클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시장이 축소돼 국가가 관활하는 사업의 규모가 커지면 국가의 세수입이 확대되어 재정수입 확충으로 돌아오고, 이를 사회 인프라 산업에 투입해 생산품을 늘리면 단기적인 인플레 압력을 완화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다. 공적 공급 확대...150일 전투, 100일 전투 성과, 외부 원조가 관건
북한 당국의 공급 능력은 '내부 생산 능력'과 '외부 지원' 등으로 평가할 수 있다. 다시 내부 생산능력은 올 한해 동안 북한이 전념해온 '150일 전투', '100일 전투'의 성과로 판단할 수 있으며, 외부 지원은 중국과 미국의 원조 규모에 달렸다. 실패론을 내세우는 전문가들은 150일 전투와 외부원조에 부정적 평가와 전망을 내놓았다. 조봉현 연구위원은 "150일 전투가 실패로 끝나고 큰 성과가 안 나오면서 반전 시키려는 카드가 필요했던 것"이라며 "원자재도 못 구하면서 공장 가동률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 원조에 대해서는 "거기서 들어오는 물건은 광물성, 기계류 등이 많고 실제 주민들과 직접 관련된 부분은 없다"고 말했다. 고유환 교수도 "경제발전을 하려면 자본축적이 되어야 하는데 사회주의 붕괴 이후 현재까지 축적되지 못하고 고갈되어 왔다"면서 "150일 전투, 100일 전투로 자본축적이 될 수 없다. 고갈된 자원을 다시 짜내는 극약 처방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반면 홍익표 교수는 "북측이 150일 전투, 100일 전투를 통해 축적된 물적 토대를 마련했다고 밝히고 있다"면서 "최근 북한 매체가 강조하고 있는 것이 생산 최고연도 기록을 뛰어 넘고 있다는 것이고 이것이 2009년 경제 핵심 목표"라고 말했다. 또 "북.중 경제관계가 다양하고 넓어지면서 상품공급 능력에 대한 일정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을출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도 "노동력과 제한된 재원으로 선택과 집중을 통해 일정한 수준의 물적 토대를 확보한 것은 분명하다고 본다"면서 "150일, 100일 전투의 주력 분야 중 하나가 전력생산인데, 석탄생산이 전력생산에 기여하고 공장 가동률을 상당히 높였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런 준비 없이 무모하게 화폐개혁을 단행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면서도 하지만 어느 기간 동안 공급하면서 지탱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은 단언할 수 없다"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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