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은 통일부의 남북관계 죽이기
내년 '춘궁기'까지 버티기? 여전한 보수적 대북인식
2009년 12월 29일 (화) 14:40:52 정명진 기자 mjjung@tongilnews.com

   
▲통일부는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본관으로 이전하고 지난 22일 현판을 새로 걸었다. 왼쪽부터 통일부 김호년 기획조정실장, 현인택 장관, 홍양호 차관, 김천식 통일정책실장. [사진제공-통일부]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본관 4층에 황금색 빛깔의 '통일부' 현판이 새로 걸렸다. 청사 별관에서 외교통상부 '셋방살이'를 지내던 통일부가 22년 동안 지냈던 옛집에 다시 복귀한 것이다.

2년 전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 통일부의 운명은 풍전등화(風前燈火)였다. 집권 초기 이명박 정부 인수위는 통일부 폐지론을 들고 나와 외교부와 통폐합을 시도했다. 결국 통일부는 '해체'는 모면했지만 대규모 구조조정을 거친 뒤 외교부에 '더부살이'해야 했다.

지난 22일 외교부로부터 진정으로 '독립'한 날 현인택 장관은 통일부 직원들과 기자들을 불러 모아 떡과 음료수를 차려 놓고 집들이를 했다. 이 자리에서 현 장관은 "새 청사에서 새롭게 마음을 다잡고 통일부의 새 시대를 열자"고 다짐했다.

하지만 '통일부의 새 시대'는 보이지 않는다. 여전히 이명박 대통령과 보수층의 눈치만 보면서 제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

8일 이명박 대통령이 '신종플루 치료제 대북지원' 검토 지시가 나오고 나서야 통일부는 그동안 '미뤄온 방학숙제 하듯이' 올해 국제기구와 민간단체에 대해 지원을 잇달아 결정했다. 그러다보니 올 한해 정부의 대북 인도 지원액 500억원 중 438억원이 12월에 집중됐다.

북.미대화가 재개되고 중국.일본의 대북러시가 예상되고 있는 시점에도 통일부는 '기다리는 것도 전략'이라는 몇 개월 전 이명박 대통령의 말을 신주단지 모시듯 하고 있다.

북한이 가을 추수가 끝나 올 겨울에는 그럭저럭 먹고 지내겠지만 춘궁기가 시작되는 내년 3월이 되면 머리를 숙이고 나와 이 정부의 '대북 원칙'을 받아들일 것이라는 통일부 주류의 시각이 '기다리는 전략'을 정당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는 신압록강대교 건설과 두만강개발계획 등 북.중 접경지역 협력사업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모습이다. 중국도 역시 북한과의 경협에 불만이 많아 성공가능성이 높지 않고, 북한도 남측으로부터 지원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남북경협 배제론’은 타당하지 않다는 인식이 깔려있다. 

이명박 정권 2년 동안  통일부의 생존방식은 철저하게 이 정부의 대북 강경정책을 대변하는 것이었다.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정체성인 '남북관계'를 죽일 수밖에 없는 게 이 정부 하에서 통일부의 역설적인 운명이었는지도 모른다.

그 2년 동안 금강산.개성관광은 중단됐고, 북한 내륙에 진출한 기업들은 방북하지 못해 파산 위기에 몰렸다. 대북지원과 남북사회교류는 통일부의 불허로 쪼그라들었고 남북을 오가는 인원, 차량, 선박도 2000년 6.15남북공동선언 합의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통일부의 '남북관계 죽이기'에서 결정판은 '정상회담을 위한 남북간 비밀접촉'이었다. 8월 말 현인택 장관이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을 만났지만 북핵폐기, 국군포로.납북자 문제를 정상회담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워 불발됐다. 뒤이어 임태희 노동부 장관이 나서 남북간 공감대를 형성됐지만, 고위 외교안보팀의 반발과 11월 통일부의 마무리 작업으로 최종 결렬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관계를 죽인 대가로 통일부는 살아남았다.

더부살이를 면하고 본가로 돌아왔으며, 내년에는 증액 25.7%라는 기록적인 예산까지 따냈다. '보수적' 인사로 꼽히는 현인택 통일부 장관과 홍양호 통일부 차관의 공이 혁혁하다는 평이다. 

내년 2월이면 개각을 앞두고, 2년 동안 장수해온 홍 차관뿐만 아니라 1년 동안 통일부를 이끌어온 현인택 장관의 교체설도 나온다. 하지만 선거용 개각이라는 점에서 이 정부의 보수층 끌어안기가 더 노골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통일부는 살아남았다는 사실에 만족하고 있을지 모르나, 남북관계는 죽어가고 있다. 그렇다고 당장에 어떤 희망이 보이는 것도 아니다.


,

현인택 "北 근본적 변화 아닌 전술적 변화" ?
2009년 09월 02일 (수) 20:23:57 정명진 기자 mjjung@tongilnews.com

이명박 정부는 최근 북한의 잇따른 전향적 조치를 '깎아내리기'에 여념이 없다.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국민통합포럼'에 참석한 현인택 통일부 장관의 기조강연에 이러한 정부의 태도가 여실히 드러났다.

'기조발언'을 제외하고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행사에서 현 장관은 기자들에게 배포한 '설명자료'를 통해 "기본적으로 핵문제에 대한 북한의 입장 변화는 아직 보이지 않았다"면서 "최근 북한의 조치들이 근본적인 태도변화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의구심을 내비쳤다.

이 자리에서 현 장관은 '근본적 변화가 아닌 전술적 변화'라는 용어까지 사용하면서 북한의 태도변화를 평가절하했다.

북한이 억류된 미국 여기자와 한국 국민을 석방하고, 故 김대중 전 대통령을 애도하기 위한 특사 조문단을 보내는 등 '전향적인 태도'를 보였지만, 이제 원점으로 돌아왔을 뿐 핵문제에 대한 태도 변화가 없기 때문에 여전히 북한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현 정권의 시각은 ‘핵문제’에 갇혀 있다. 남북관계를 주도적으로 이끌어나가야 할 통일부가 나서서 "북한과의 '당국간 대화'는 핵문제 등 한반도 정세를 봐가면서 검토하겠다"고 밝히고 있는 상황이니, 청와대 입장은 불 보듯 뻔하다.

북한의 최근 남북관계 개선 움직임을 두고 '패러다임 시프트'라며 '우리가 원칙을 견지하고 버티니까 북한이 숙이고 오지 않느냐'는 식의 아전인수격 해석이나 내놓고 있는 형국이다.

일각에서는 남북관계에 대한 한국정부의 소극적인 태도는 미국이 아직까지 대북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는 상황에 기대고 있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물샐틈 없는 한미동맹만 유지하고 있으면 문제될 것 없다'는 것이다.

이는 대북 관계개선에 있어 미국보다 한 발짝도 앞서나가지 않겠다는 태도다. 북한의 작은 변화라도 감지되면 이를 활용해 미국이 대북관계를 풀도록 설득했던 이전 정부와는 전혀 다른 모습니다.

오히려 이러한 북한 태도에 대한 '평가절하'를 통해 '북.미관계' 진전 속도를 조금이라도 늦춰보겠다는 의도마저 엿보인다.

한반도 문제에 있어 당사자인 우리 정부가 주도적으로 남북관계 개선에 나서지는 못할망정 북미관계의 발목이나 잡고 있는 모습으로 비춰지고 있는 현 상황은 안타까움을 넘어 국민들을 답답하게 한다. 

6자회담에서 발목 잡던 일본의 자민당이 몰락했던 수순을 이명박 정부도 밟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다.


,

통일부 '폐지론자'를 통일부 장관으로 내정했다고 합니다. MB식 황당무계 인사조치의 극치를 보여줍니다. 남북관계에 대해 완전히 손 놓고 있던 이명박 대통령이 이제는 정말 갈 때까지 가보자는 심산인가 봅니다.

오늘(29일) <CBS>는 "통일부 장관으로 내정된 현인택 고려대 교수가 이명박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시절, 통일부 폐지를 주도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단독 보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지만 이미 정부의 말을 믿을 사람은 많지 않아 보입니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통일부 폐지'에 대한 직접적 의지를 보였고 '외교안보통일분과위' 위원이 3명이 이를 적극 추진했다는 점에서 현 내정자가 통일부 폐지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정부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습니다. 

이 뿐만 아닙니다. 현인택 내정자는 '비핵개방3000' 입안도 주도해왔습니다. 북한이 '비핵개방3000'을 두고 남북관계 단절에 나선 것은 다 아는 사실이죠? 이러한 인물에 대한 북한의 대응은 불 보듯 뻔한 일입니다.

북한은 이미 25일, “‘비핵, 개방, 3000’의 입안자인 현인택을 통일부장관으로 임명한 것은 북남관계개선과 자주통일, 평화번영을 바라는 겨레에 대한 노골적인 도전행위”라고 비난한 바 있습니다.

또, 이 사람의 논문 기록에도 남북관계 관련 저서나 논문은 거의 찾아볼 수 없고, 교수 생활 14년 동안 북핵 문제 이외에는 남북관계에 대한 강의를 한 사례도 없다는 사실도 충격적입니다.

당시 인수위 시절에 통일부를 해체하고 외교부로 흡수하는 방안이 좌절되자, 이제 외교부에나 맞을 만한 인물을 통일부 장관에 앉혀 통일부를 무명무실화 하려는 MB의 의도가 뻔히 보입니다.

특히, 최근 언론에는 부각되지 않는 점이지만, 현인택 내정자는 PSI(대량살상무기방지구상), MD(미사일방어) 가입론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런 부분에서는 차라리 국방부 장관 자리가 더 적합해 보입니다.

상식을 깨는 MB식 인사조치. 참 대단합니다. 입이 다물어 지지 않는군요.
도대체 MB의 불도저는 어디까지 가야 멈출 수 있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