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남북 강대강 '대결 국면', 어디까지 갈까?
"北, 4월말 총화. 강경기조 앞당겨져"...천안함 결과 주목
2010년 04월 26일 (월) 18:05:44 정명진 기자 mjjung@tongilnews.com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경색되어 왔던 남북관계가 임기 3년차에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일각에서는 그동안 확대되어 왔던 남북관계가 이명박 정부 내에 전면 차단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화공세'를 이어오던 북측은 금강산 관광 재개 불발을 계기로 강경으로 돌아섰고, 남측 당국도 이에 맞서 '행동'을 수반한 강력대처를 천명한 상태다. 남북이 '강대강' 대결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천안함 침몰'이라는 돌발 사건까지 더해지면서 위기가 증폭되고 있다.

"北, 4월말-5월초 총화.. 군부 등 강경파 목소리 강화"

지난해 8월 초 현정은 현대 회장의 방북, 북한의 DJ조문특사단 방남 등으로 시작됐던 북한의 유화기조는 올해 2월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남북 당국 간 회담이 뒤틀어지면서 강경기조로 옮겨갔다.

북측의 향후 대남 기조는 어느 정도 정리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인 비난을 자제해온 북한이 8개월여 만인 지난 17일 '군사논평원'의 입을 빌어 '이명박 역도'라고 지칭했다. 이는 '강경기조'로의 대남기조 전환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라는 평이다.

당초 북측은 대화기조를 올해 상반기까지 이어갈 계획이었으나 남측의 호응이 없자 강경기조로의 전환을 앞당긴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 2월 원동연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 부부장이 베이징에 나와 남측 고위 인사와 접촉을 타진하다가 불발되면서 대화파에 대한 북 내부 평가가 나빠졌다는 전언이다.

한 대북 소식통은 "북이 4월말, 5월초에 (남북관계를) 총화 한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이번에 군부 등 강경파 목소리가 반영돼 기조가 서면 대화파들은 설 자리가 없어진다"며 "아마 상당기간 그런 기조로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소식통도 "작년까지만 해도 대화기조가 8월까지는 간다고 했는데 앞당겨 진 것 같다"면서 "금강산 관광에 대해 초강경으로 나온 것도 정해진 계획을 미리 취한 것일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4월말 총화가 끝나면 대남 계획들이 체계적으로 나오게 될 것"이라고 봤다.

최근 남측이 천안함 침몰을 북한의 소행으로 몰아가고 이명박 대통령이 '태양절(김일성 주석 생일)' 행사를 공개 비난한 것도 북측에 초강경대응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지적이다. 북한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이 지난 23일 금강산 관광지구 내 당국 자산 몰수, 민간 자산 동결 등 초강경 조치를 밝히면서 '천안함'과 이 대통령 '태양절 발언'을 문제 삼은 게 이를 뒷받침한다.

北, 금강산에 이어 개성공단까지 재검토
南, 남북 민간교역 축소 검토... 천안함 결과 주목

최근 북한 국방위원회가 직접 개성 공업지구(19-20일)와 금강산 관광지구(22-23일)를 방문해 현황 파악에 나선 것은 북한 내부에서 군부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실정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같이 북한 군부가 남북관계 최일선에 나서면서 개성공단 폐쇄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개성공단 개방은 북한 군부가 가장 강하게 반발했던 사안이다.

지난 8일 북한 명승지지도국은 "남조선 보수패당이 우리의 성의 있는 노력을 우롱, 모독하고 공동선언의 정신과 민족의 지향에 배치되게 대결의 길로 계속 나가는 경우 개성공업지구사업도 전면 재검토되게 될 것"이라고 이미 경고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남측 정부는 '행동을 수반한 강력 대응'을 천명하고 있지만, 그동안 쌀.비료 지원을 중단하면서 대부분 대북 지렛대를 상실한 상황이다.

일단 정부는 금강산 몰수 조치에 대한 대응 카드로 남북 간 민간교역을 축소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같은 제재조치의 효과에 대한 대북전문가들의 분석은 극히 회의적이다.

북한 선박의 제주해협 통행 제한 조치가 또다른 제재조치로서 거론되고 있지만 이에 대해 북한이 남측 항공기의 북측 영공 통과 제한으로 맞대응 할 가능성이 높아, 섣불리 꺼낼 수 있는 카드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나아가 금강산 관광지구와 개성 공업지구가 위태로운 상황에서 남측이 민간교역 축소 등 맞대응 전략으로 접근하는 것은, 결국 서로에 대한 강경조치가 반복되면서 남북관계 파탄으로 몰고 갈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다.

향후 정세와 관련, 가장 눈여겨봐야할 대목은 '천안함 침몰 사건'에 대한 정부의 공식 발표이다. 전문가들은 국제사회가 조사과정에 함께 참여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객관적인 물증 없이 심증만으로 사고 원인을 북한으로 돌리기는 힘들 것이라고 봤다.

하지만 정부가 '북 관련설'을 공식화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 한 대북전문가는 "천안함 원인이 북한으로 발표된다면 한반도 안보는, 지난 두 차례 북핵위기보다 더 위험한, 한국전쟁 이후 최악의 위기 상태가 될 것"이라며 "이에 대해 군사적 조치로 간다면 결국 남북 모두 패자가 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물 건너 간 '남북정상회담'... 돌파구 안 보이는 남북관계

현재의 '강대강' 대결국면에서 문제는 돌파구를 쉽게 찾을 수 없다는 점이다. 올해 초부터 대두됐던 남북정상회담도 물 건너간 분위기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3일 전직 대통령 오찬 자리에서 "직간접적으로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타진이 있었지만 임기 중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한 번도 안 만나도 된다는 일관성을 견지해왔다"고 밝혔다.

남북 당국이 직접 관계 개선을 모색할 여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남북 민간교류를 축소시키고 있는데다 6자회담 역시 한국이 발목을 잡아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민간과 국제사회의 역할마저 차단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 대학교 교수는 "게임이론에서 강대강 맞대응 전략의 단점을 보완하는 수단은 중재자의 역할"이라면서 "중국과 미국 등 국제사회와 민간급을 활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남측이 강경으로 나가면서 자존심 때문에 태도를 바꾸지 못할 때는 국제사회나 국민여론을 통해 대화로 가야하는데 그런 상황이 안 되고 있다"며 "강대강 맞대응 전략의 단점이 이미 드러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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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먹고 통일부 기자실에 앉아서 이리 저리 기사 쓸 거 없나 고민하던 중,

"통일부 홍보책자 나왔습니다!"

'그래 뭐 쓸 거리라도 있나 보자' 하는 마음에 한 권 챙긴다.

'대북정책 이렇게 해왔습니다' 라는 제목의 소책자다. 이명박 대통령 취임 2주년 대북정책 설명자료라는 부제도 달려있다. 종이도 전면이 빳빳하고 두꺼운 칼라 코팅지다.



책을 펼쳐 봤더니 2월 말 기자들에게 취임 2년 계기로 참고자료를 배포했던 내용이랑 별 다른 게 없다.

'원칙 있는 남북관계 발전 추구', '진정성 있는 대화,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 추진'.
"우리 정부는 북한의 대화 중단, 비방중상과 강경조치에 흔들리지 않고 의연하게 대처하였습니다..."

귀에 못이 박히게 들어왔던 말이다. 말로 계속 반복하면 현실도 그렇게 되는 줄 아나보다.

이명박 정부 2년 즈음 해서 통일부가 홍보 책자를 자주 찍어 낸다.
지난 주에는 '원칙과 유연성의 조화'라는 비교적 두툼한 책자도 찍어냈다.

이쯤 되니 한 기자가 퉁명스럽게 내뱉는다.

"남북회담 예산이 남아 도니까, 이런 홍보 책자만 찍어 내는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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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은 통일부의 남북관계 죽이기
내년 '춘궁기'까지 버티기? 여전한 보수적 대북인식
2009년 12월 29일 (화) 14:40:52 정명진 기자 mjjung@tongilnews.com

   
▲통일부는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본관으로 이전하고 지난 22일 현판을 새로 걸었다. 왼쪽부터 통일부 김호년 기획조정실장, 현인택 장관, 홍양호 차관, 김천식 통일정책실장. [사진제공-통일부]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본관 4층에 황금색 빛깔의 '통일부' 현판이 새로 걸렸다. 청사 별관에서 외교통상부 '셋방살이'를 지내던 통일부가 22년 동안 지냈던 옛집에 다시 복귀한 것이다.

2년 전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 통일부의 운명은 풍전등화(風前燈火)였다. 집권 초기 이명박 정부 인수위는 통일부 폐지론을 들고 나와 외교부와 통폐합을 시도했다. 결국 통일부는 '해체'는 모면했지만 대규모 구조조정을 거친 뒤 외교부에 '더부살이'해야 했다.

지난 22일 외교부로부터 진정으로 '독립'한 날 현인택 장관은 통일부 직원들과 기자들을 불러 모아 떡과 음료수를 차려 놓고 집들이를 했다. 이 자리에서 현 장관은 "새 청사에서 새롭게 마음을 다잡고 통일부의 새 시대를 열자"고 다짐했다.

하지만 '통일부의 새 시대'는 보이지 않는다. 여전히 이명박 대통령과 보수층의 눈치만 보면서 제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

8일 이명박 대통령이 '신종플루 치료제 대북지원' 검토 지시가 나오고 나서야 통일부는 그동안 '미뤄온 방학숙제 하듯이' 올해 국제기구와 민간단체에 대해 지원을 잇달아 결정했다. 그러다보니 올 한해 정부의 대북 인도 지원액 500억원 중 438억원이 12월에 집중됐다.

북.미대화가 재개되고 중국.일본의 대북러시가 예상되고 있는 시점에도 통일부는 '기다리는 것도 전략'이라는 몇 개월 전 이명박 대통령의 말을 신주단지 모시듯 하고 있다.

북한이 가을 추수가 끝나 올 겨울에는 그럭저럭 먹고 지내겠지만 춘궁기가 시작되는 내년 3월이 되면 머리를 숙이고 나와 이 정부의 '대북 원칙'을 받아들일 것이라는 통일부 주류의 시각이 '기다리는 전략'을 정당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는 신압록강대교 건설과 두만강개발계획 등 북.중 접경지역 협력사업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모습이다. 중국도 역시 북한과의 경협에 불만이 많아 성공가능성이 높지 않고, 북한도 남측으로부터 지원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남북경협 배제론’은 타당하지 않다는 인식이 깔려있다. 

이명박 정권 2년 동안  통일부의 생존방식은 철저하게 이 정부의 대북 강경정책을 대변하는 것이었다.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정체성인 '남북관계'를 죽일 수밖에 없는 게 이 정부 하에서 통일부의 역설적인 운명이었는지도 모른다.

그 2년 동안 금강산.개성관광은 중단됐고, 북한 내륙에 진출한 기업들은 방북하지 못해 파산 위기에 몰렸다. 대북지원과 남북사회교류는 통일부의 불허로 쪼그라들었고 남북을 오가는 인원, 차량, 선박도 2000년 6.15남북공동선언 합의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통일부의 '남북관계 죽이기'에서 결정판은 '정상회담을 위한 남북간 비밀접촉'이었다. 8월 말 현인택 장관이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을 만났지만 북핵폐기, 국군포로.납북자 문제를 정상회담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워 불발됐다. 뒤이어 임태희 노동부 장관이 나서 남북간 공감대를 형성됐지만, 고위 외교안보팀의 반발과 11월 통일부의 마무리 작업으로 최종 결렬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관계를 죽인 대가로 통일부는 살아남았다.

더부살이를 면하고 본가로 돌아왔으며, 내년에는 증액 25.7%라는 기록적인 예산까지 따냈다. '보수적' 인사로 꼽히는 현인택 통일부 장관과 홍양호 통일부 차관의 공이 혁혁하다는 평이다. 

내년 2월이면 개각을 앞두고, 2년 동안 장수해온 홍 차관뿐만 아니라 1년 동안 통일부를 이끌어온 현인택 장관의 교체설도 나온다. 하지만 선거용 개각이라는 점에서 이 정부의 보수층 끌어안기가 더 노골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통일부는 살아남았다는 사실에 만족하고 있을지 모르나, 남북관계는 죽어가고 있다. 그렇다고 당장에 어떤 희망이 보이는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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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인택 "北 근본적 변화 아닌 전술적 변화" ?
2009년 09월 02일 (수) 20:23:57 정명진 기자 mjjung@tongilnews.com

이명박 정부는 최근 북한의 잇따른 전향적 조치를 '깎아내리기'에 여념이 없다.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국민통합포럼'에 참석한 현인택 통일부 장관의 기조강연에 이러한 정부의 태도가 여실히 드러났다.

'기조발언'을 제외하고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행사에서 현 장관은 기자들에게 배포한 '설명자료'를 통해 "기본적으로 핵문제에 대한 북한의 입장 변화는 아직 보이지 않았다"면서 "최근 북한의 조치들이 근본적인 태도변화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의구심을 내비쳤다.

이 자리에서 현 장관은 '근본적 변화가 아닌 전술적 변화'라는 용어까지 사용하면서 북한의 태도변화를 평가절하했다.

북한이 억류된 미국 여기자와 한국 국민을 석방하고, 故 김대중 전 대통령을 애도하기 위한 특사 조문단을 보내는 등 '전향적인 태도'를 보였지만, 이제 원점으로 돌아왔을 뿐 핵문제에 대한 태도 변화가 없기 때문에 여전히 북한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현 정권의 시각은 ‘핵문제’에 갇혀 있다. 남북관계를 주도적으로 이끌어나가야 할 통일부가 나서서 "북한과의 '당국간 대화'는 핵문제 등 한반도 정세를 봐가면서 검토하겠다"고 밝히고 있는 상황이니, 청와대 입장은 불 보듯 뻔하다.

북한의 최근 남북관계 개선 움직임을 두고 '패러다임 시프트'라며 '우리가 원칙을 견지하고 버티니까 북한이 숙이고 오지 않느냐'는 식의 아전인수격 해석이나 내놓고 있는 형국이다.

일각에서는 남북관계에 대한 한국정부의 소극적인 태도는 미국이 아직까지 대북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는 상황에 기대고 있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물샐틈 없는 한미동맹만 유지하고 있으면 문제될 것 없다'는 것이다.

이는 대북 관계개선에 있어 미국보다 한 발짝도 앞서나가지 않겠다는 태도다. 북한의 작은 변화라도 감지되면 이를 활용해 미국이 대북관계를 풀도록 설득했던 이전 정부와는 전혀 다른 모습니다.

오히려 이러한 북한 태도에 대한 '평가절하'를 통해 '북.미관계' 진전 속도를 조금이라도 늦춰보겠다는 의도마저 엿보인다.

한반도 문제에 있어 당사자인 우리 정부가 주도적으로 남북관계 개선에 나서지는 못할망정 북미관계의 발목이나 잡고 있는 모습으로 비춰지고 있는 현 상황은 안타까움을 넘어 국민들을 답답하게 한다. 

6자회담에서 발목 잡던 일본의 자민당이 몰락했던 수순을 이명박 정부도 밟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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