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부터 평양을 방북 중인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오늘로 세번째 체류 일정을 연장했다. 당초 2박 3일간의 방문기간은 5박 6일로 늘어났다. 결국은 광복절까지 온 셈이다.
현정은 회장이 10일 평양을 방문할때 그 누구도 그가 광복절까지 평양에 머물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결국 북한은 8.15 경축사에 담길 이명박의 대북 메시지를 확인하면서 대남 행보를 취해 나가거나, 전향적인 대북 메시지를 압박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결국 상황이 이렇게 되고 나서 보니, 북한이 원래부터 현정은 회장이 방북했을 때 8.15까지 지연전술을 쓰려고 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현정은 회장에 대한 초정장에도 북한은 10일자 초청일만 명시하고 초청기간이 언제까지인지는 명시하지 않았다. 그 때 눈치를 챘어야 했는데 기자들은 물론 이명박 정부도 그러지 못했던 것 같다.
현정은 회장과 김정일 위원장의 면담이 성사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돌고 있는 가운데, 북에서는 현 회장 일행에 대한 보도는 일절 나오지 않고 김 위원장의 지역 현지시찰 보도만 잇따라 나오고 있다. 12일에는 함경남도 함흥, 13일에는 원산. 김 위원장은 현 회장이 기다리고 있는 평양으로 가지 않고 있다.
광복절까지 면담을 미루면서 이명박 정부가 8.15 경축사에 대북정책을 전환하도록 압박하는 것이 북한의 전략이었다면 이명박 정부의 전략은 무엇이었을까?
단순히 137일간 억류되어 있는 유성진씨만 석방하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을 가지고 현 회장의 방북을 승인한 게 아닐까 우려된다. 이명박 정부에게 전략이라는 게 있었는지도 궁금하다.
국민의 정부 시절 '대북특사'를 자임했던 임동원 특보가 쓴 '피스메이커'를 보면, 항상 북한에 특사로 파견될 때마다 치밀한 전략을 짜고 북으로 간다. 남과 북의 치열한 전략 싸움 끝에 성과물을 얻기도 하고 때로는 맞부딪혀 빈손으로 돌아오기도 한다.
남북간의 협상은 민족이라는 뜨거운 마음을 가지고 임하는 동시에 치열한 머리 싸움이라는 것을 몰랐을까? 이명박 정부의 안일함으로 북한을 너무 얕본 건 아닐까.
2009/08/17 - [남북관계] - 현정은 회장을 통해 북한이 던진 메시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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